"아름다운 것을 찾아 헤매었네요" - 석문호흡 온양 수련 마치며
- 석문호흡 온양 수련 마치며 -
"아름다운 것을 찾아 헤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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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을 찾아 헤매었네요.. 그곳이 바로 여기야..”
수련을 막 시작할 무렵... 본원에서 한 분과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그 분이 말없이 계시다 나를 보고 하신 말씀 이것저것 나에 대한 다른 말씀도 하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시지? 하며 듣다가 엥? 아름다운것? 내가? 찾아 헤매었다? 는 무슨 말을 했다
석문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았었는데 진료가 왠만큼 마무리 되어 갈 쯤 조절할 수 없는 불안이 일어(당시에 몇 년간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삶에서 계속 일어났었는데 쌓여 오면서 감당하지 못한 어려움이 몸을 아프게 했고 몸이 어지간히 좋아지니 마음에 쌓아두기만 한 것들이 다시 내 앞을 가로막고 직면하는 꼴이 되었다고 할까/ 한의사 선생님과 의논을 했는데 석문호흡 수련을 하는게 좋겠다고.
그래서 3월에 석문흐홉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석문호흡 북선법을 하고 나면 마치 샤워한 것처럼 온 몸의 상태가 다시 셋팅되는 것처럼 청량하고, 머리가 시원한 느낌을 받았는데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행공이었다.
몇 달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이 되기 시작할 때쯤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수련을 거부하는 나를 느꼈다. 왠지 느낌에 이 수련법은 진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내가 정말로 변화해야 되는데 그러기가 싫었다. 그냥 이쯤에서 내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으니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다.
그즈음 점검을 받는데 점검자분이 우리 석문호흡은 코로 숨을 쉬어 그 숨결을 단전까지 끌어와서 단전에 기운을 모으는 수련법입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단어들로) 책을 읽듯 똑 같은 말을 두 번인가, 세 번을 반복하셨고 나에 대한 코멘트는 그게 다였다. 그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누가 그걸 모르나 책을 읽으시네’ 하고 있었다.
점검 끝나고 운전을 하다가 문득 점검 때 들었던 말이 귀를 울리며 “아! 그렇지! 내가 단전호흡을 하고 있지... ” (당시에는 책읽는 얘기처럼 고리타분하게만 들렸는데 갑자기 그 말씀이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나의 인식을 깨웠다고나 할까. 그 뒤로 이런 현상은 점검 때 마다 계속 된다.)
나는 내 마음에만 집중을 하며 그리고 석문호흡에 대해 내 틀로 재단을 하며 내 식대로 받아 들이고 있었던 거였는데 당시에는 “맞아 내가 단전호흡을 하고 있지” 하고 생각이 깨었다. 금새 그건 어디로 가고 다시 내 틀로 내 마음대로 수련을 했다. 점검 때 마다 “절실함이 없다. 순일함이 부족하다. 단전 형성이 잘 안된다, 수련을 의무적으로 한다.” 이런 조언을 주로 받았던 것 같다.
온양 복습을 하면서 드는 생각 중에 하나가 그때 수련을 처음 시작할 때 내 것을 내려놓고 축기의 과정들을 충분히 이완하면서 충분히 받아들여 나를 충분히 편안하고도 충만하게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고,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그러는 줄 모르고, 내 틀로 수련을 재단하고 판단하니 급기야 회의와 오만함, 이런 것들이 일어 수련에 대한 마음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을 무렵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집안이 풍지박산이 나서, 재산을 모두 잃고, 가족들이 반목하고, 그즈음 내가 하는 일도 잘 안되고, 급기야 불미스러운 사고마저 있어 천직이라 생각했던, 참 잘한다고 생각했던, 내 존재와 동일시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라는 존재가 해체당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죽음의 목전에 있는 듯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아상” 이라는 단어였다. 나의 오만함, 자만함이 무자비 하게 팍삭 깨어지는 순간 살아갈 의미가 없었다.
결국은 살자를 선택했고, 그리고 본능처럼 사는 길은 수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점검을 갔을 때. 원장님이 점검자셨는데 다른 말씀 없이 “수련 계속할거지요?” 물으셨던 것, 한숨을 푹 쉬며 “해야지요.”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수련이 시작되었다.
그 다음 달엔가는 점검자 분에게 호흡하는 방법을 새로 배웠다. 지나고 보니 그 때 바로 잡힌 것은 호흡뿐아니라 수련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함께 였다.
그렇게 대맥 수련을 하였고 대맥 수련을 하면서는 크게 혼란하고, 낙심한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었고 수련도 자리를 잡았고 소주천 수련을 하면서는 그런 부분들이 좀 더 탄력을 받는 것 같았다. 나의 풍지박산이 난 삶의 환경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 삶을 견디는 유일한 힘이 수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온양수련.
하루가 멀다하고 마음에서는 끊임없이 많은 것들이 올라왔다. 그와 함께 주변의 환경도 마치 공부를 위한 환경처럼 내가 나라고 말하는 “자아” 라는 것이 해체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관념이었고, 여전히 예전의 마음의 습관들은 그대로 있다는 것을 낱낱이 보게 되었고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에 대한 탄식과 한탄 지나온 시간동안 가슴 안에 응어리져 있는 상처들 이러한 내용의 심고들이 사람을 정말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처럼 크게 일었다.
멀쩡한 정신에 이러한 부분들을 뻔히 두 눈 뜨고 본다는게 참으로 잔인하게도 느껴졌지만 그러한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벗어야할 예전의 옷이라는 걸 알기도 하니까 석문호흡 수련을 열심히 했다.
수련이 진행될수록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의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그럴수록 나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정화되고, 순화되는 과정이 느껴졌다. 그런 시간들 속에 내가 많이 밝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밝아진다라는 것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아질수록, 강해지고, 넓어지고, 깊어 진다는 생각.
온양 초반 점검때 도반님 마음안에 한과 슬픔이 많은데 그건 다 자기 자신이 만든거라고 점검자가 말씀하셨을 때 뒷말은 참 얄밉게 들렸었는데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상처를 크게 받았던 일이 지금은 큰 일이 아닌 것처럼 지금은 버거운 일들이 내가 밝아 짐에 따라 강해짐에 따라 또 그리 큰 일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맥락에서 모든 마음의 어둠들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걸.
그러므로 다만, 이 생에서 해야 할 일은 부지런히 내면을 밝혀가며 그것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는 걸.
온양구슬이 떨어질 무렵 알 수 없는 마음 상태가 되면서 힘들었는데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불안해 지고 느낌에 구슬이 떨어진 것 같은데 이런 마음이 일다니 내가 착각했나보다 했는데 점검 때 떨어졌다고 점검을 받고 나니 거센 폭풍이 몰아쳐 오는 것처럼 감정상태가 혼란스러웠는데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마음 안에서 “나는 참된 삶, 참된 나, 참된 세계, 이런거 정~ 말 싫어 하거든.. !” 이런 소리가 올라왔다.
밝음이 커지니 일어나는 내면의 저항인 듯 느껴졌는데 순간,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참된 삶, 참된 세계, 누가 나에게 그런 말 하지 않았는데 이런 말이 올라오다니 수련이 정말 실재하고,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내가 이제 참된 세계로 진입하는구나 이러한.
그리고 열흘정도 그간 온양수련을 한 시간 동안 느꼈던 심고를 다 합친 것 몇배는 더 힘든 고뇌가 있었는데 ‘마치 뿌리를 다 뽑아 버리겠다. 이 수준의 수련에서 통찰할 수 있는 너의 모습을 봤느냐. 그리고 풀어 내었느냐. 그러면 몸과 마음에 밴 습관도 변화된 존재에 걸맞게 바꾸어라’ 하는 듯한.
심하게 마음을 앓으며 어느날 수련을 하는데 기운이 중주와 하주 사이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데 꼭 내려야 겠다는 마음보다 담담한 마음으로 당시의 몸과 마음 상태를 느끼며 호흡을 했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과 영혼과 기운이 매우 긴밀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수련이 진행되어 가는 것이구나는 깨달음이 일면서 기운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 ‘참된 나로 참된 삶을 살겠다.’ 라는 마음이 들면서.
내가 나라고 부여잡고 있었던 것이 고작 지난 삶 속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를 방어하고 회피하고자 만들어낸 기제 이거나 마음의 결핍, 공허함을 채워넣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욕구들이었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오면서.
이제 그리 공허한 마음으로 공허함을 쫓지 않겠다는 마음.
창으로 밝고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데 내 마음도 그리 밝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몸과 마음과 영혼과 기운이 조화를 이루며 내 존재가 다듬어져 간다. 숨을 쉴 때 마다 끊임없이 담금질 되어 단련이 되어 가고, 밝아져가고, 맑아져 가고, 강하여져 가고, 깊어가고, 넓어져가고.
“이것이 아름다움이 아니면 세상에 무엇이 아름다움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처음 수련할 때 아름다운 것을 찾아 헤매었네요 하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안정감을 찾아 간다.
https://youtu.be/U03zTVguI9Y?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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