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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사과의 사람 / 최정란 가장 좋은 사과는 내일 먹겠다고 사과 상자 안에서 썩은 사과를 먼저 골라 먹는다 가장 좋은 내일은 오지 않고 어리석게도 날마다 가장 나쁜 사과를 먹는다 ​ 가장 나쁜 사과를 먹고 나면 그 다음 나쁜 사과가 가장 나쁜 사과가 된다 어리석게도 가장 나쁜 선택은 나쁜 선택을 반복한다 ​ 오, 제발 이미 다 나빴으니 더 나쁠 게 없기를 ​ 나도 안다 가장 좋은 사과를 먼저 먹기 시작해야 한다 가장 좋은 사과를 먹고 나면 그 다음 사과가 가장 좋은 사과가 된다 ​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사과 상자에서 가장 좋은 사과를 고르려 할때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아픈 사과 검은 반점이 뒤덮인 사과 진물 흐르는 사과 다른 사과들에게 역병을 전염시킬 사과, ​ 불임의 사과나무들 뽑혀나가고 일찌감치 사과밭 밖.. 2023. 9. 29.
대추 한 알 - 장석주 시인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 장석주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애지, 2005) 중에서 붉디 붉은 호랑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시집. 생기발랄한 물의 이미지가 가득한 이번 시집은 자연으로부터 발견한 새로운 에너지와 대상을 응시하는 저자의 날카로운 심미안이 돋보인다. 저자 장석주 출판 애지 출판일 2005.07.30 202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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