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와식에서 좌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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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1일 목요일....아침부터 어수선하다. 마음속이 긴장되고 정신이 없다. 오늘은 직장에서 중요한 회의진행과 연수발표가 오전 오후로 잡혀있는 날이다. 어제 오늘 새벽수련을 하는 동안 신경을 써서인지 위장이 민감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게다가 오늘 직장의 모든 일정을 마치면 점검을 받으러 가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중요한 일은 어찌 그리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중요한 회의 진행은 그럭저럭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70% 목표달성.
연수발표는 다행히 90% 목표달성.
남은 것은 점검인데... 퇴근을 하고 정신없이 도장으로 차를 몰았다. 빨리 가려니 왜이리 신호가 잘 걸리고, 내 차선에만 차들이 막히는 것 같은지...점검받으러 일찍 가야하거나 약속한 시간도 없는데 내 마음이 바쁘다. 마음이 바쁜데 옆에 운전자가 달리는 차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나를 보고 뭐라고 한다. 타이어에 펑크가 났단다. 오 갓! 조금만 가면 도장인데...창문열고 타이어가 펑크 났다는 것을 알려준 아저씨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마음은 엄청 빨리 달리고 있지만 운전은 최대한 천천히 도장 앞에 도착....타이어 펑크 난 것을 수리하고 점검을 받으러 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식사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도반님들이 많이 없었다. 조금 기다리다 다른 도반 한분과 함께 점검을 받으러 들어갔다. 점검해주시는 월암 선역장님과 한사님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듣는다. 내 차례가 되어 선역장님이 일지를 보시고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서로 이야기를 한다. 잠시 후 선역장님이 눈을 감고 나의 상태를 체크하시는 시간....오늘 따라 엄청 오랫동안 눈을 감고 계신다. 왠지 눈을 감고 체크하는 시간은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잠시 후 “좌식으로 올라가셔도 되겠어요. 열심히 하셨습니다.” “열심히 하셨어요!” 다시 한번 말씀하신다. 마음이 울컥한다...
어느 순간 도장에서 수련을 하는 일이 나의 일상의 중요하고 우선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처음 수련을 시작한 것은 6개월 전 춥고도 추웠던 겨울이었는데... 그 때는 내 마음이 마치 겨울처럼 차갑고, 말라버리고, 얼어붙어있었는데... 나의 주변 상황과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살아온 내 인생에 있어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벼랑 끝에 서서 내 몸을 어디에 맡길까 힘없이 서있었던 나...바람이라도 조금 불면 벼랑에서 떨어질 것 같던 그 찰라...순간 어디선가 모르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땅위로 올라가야겠다고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러면서 나와 함께 일하고 계시던 분이 2년 전쯤 석문 호흡 수련에 대해 이야기 하셨던 것이 생각났다. 생각이 남과 동시에 알려주셨던 도장으로 달려갔다. 지금 지도해주시는 수일 한사님을 처음 만나고 상담을 하고 수련을 하기로 확실히 마음을 먹은 후 새벽수련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이가 있고 일을 해야 하니 새벽수련이 좋을 듯싶었다.
처음에는 도장도 도복도 수련도, 차를 마시는 일도 생소하고 어색했다. 행공 동작도 낯선 도장에서 누워서 수련하는 것은 더 힘들었다. 하지만 수련을 마치고 차를 마시며 한사님과 다담을 나누며 내 안에 있는 문제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수련을 하는 동안 물밀듯이 떠오르는 “왜”라는 질문에 정성스럽게 대답해주시고 이야기해주셨던 한사님 덕분에 매일 새벽수련을 잘 할 수 있었다.
수련이 진행되면서 내 안의 상처나 힘든 문제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며 동굴 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많이 나기도 했고, 평소에 안 좋았던 위장 때문에 수련하는 중간에 토하기도 하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수련에 대한 의지는 더욱 더 강해졌다. 점점 더 깊이 수련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도법서와 한사님이 권해주신 여러 가지 책들을 읽으면서 마치 내 내속의 잠자고 있던 신경세포들이 하나하나 깨어나 서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되고, 생각의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수련을 시작하면서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수련일지를 매일매일 쓰게 되었는데, 일지를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한 관찰과 변화를 더 민감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내 몸의 어디가 어떻게 느끼는지, 변화하는지, 내가 어떻게 호흡을 하고 있는지, 수련하는 동안 어떤 기감이 있었는지, 머릿속으로만 이해했던 감정들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들의 구분이 점점 구체화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련이 좀 더 진행되면서 단전에 대한 느낌이 느껴지고 본수련을 하는 동안 몰입에 대한 경험은 나에게 정말 신기하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떨어지는 꽃비를 맞는 듯한 황홀감 같은 것이었다. 그 이후 수련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더욱 강하게 생기게 된 것 같다.
평소 심리학과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수련은 그런 학문들이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이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이 보기에 내가 너무나 수련에 몰입하고 집중하고 빠져드는 것이 평소의 나의 모습과 달라 이상하고 걱정이 되었는지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왜” 수련을 하는지 “나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수련 과정동안 충분이 더 깊은 체험을 하고 알아갈 수 있다는 것만도 나에게는 큰 기쁨인 것 같다. 지금은 가족들의 불만에 내 자신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족들에게 나의 진심을 전달했다. 지금은 가족들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수련이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조금씩 인정해가고 있다.
현재는 좌식 수련을 하면서 또 다시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것들을 몸에 익히는 것이 쉽지 않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귀한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수련하며 흘리는 매일 매일의 땀이 갚지게 느껴진다.
그리고 항상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폭발하듯이 질문을 하고, 쓸데없는 넋두리를 늘어 놓을 때도 너그럽게 웃으며 정성스럽게 이야기를 받아주시는 나의 첫 스승이신 수일 한사님께 너무 감사하고, 처음 도장 분위기에 어색해하고 수련할 때 어려움이 느껴질 때 위로해주고 힘주셨던 도반님들께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글로나마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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