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수련체험기
00지원 김00
2020년, 저녁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고 싶어졌다. 버킷리스트도 써보면서 나에게 뭐가 맞을지 찾아보았다. 드럼을 배워 볼까? 아니야. 운동을 다시 시작해? 딱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여행이 나에겐 딱 맞는데 코로나 때문에 맘 편히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그럼 명상은 어떨까? 너무 정적이라 분명 나는 시작하자마자 도중에 그만둘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래도 저녁 시간을 보람되게 보낼 방안이 없었다.
명상 방법을 찾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석문호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장과 회사 근처 도장으로 연락을 했다. 직접 방문해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방문하지 말고 입회하란다. 오라고 해도 입회를 할까 말까 망설이던 차인데 그곳 분위기가 궁금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회사 근처에 있던 도장이었다. 권역장님이 나를 맞아 주셨다.
그런데 입회 원서를 작성하려니 입회 동기를 솔직히 쓰기가 망설여졌다. 고백하건대 나는 퇴근 후 편안한 마음으로 아내와 담소를 나누며 반주를 즐긴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업무 효율은 별로지만, 일 중독자인 척 겉으로는 열심히 일한다. 한가로우면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그리고 퇴근 후 반주를 즐기고는 이내 바로 쓰러진다. 그게 내 하루의 전부다. 내 생활은 해 뜨면 굉장히 모범적이지만, 해가 지면 술에 취해 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제는 술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게 나의 입회 동기다. 그래서 저녁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고 싶어 명상의 일종인 석문호흡 을 찾았는데 코로나로 집에서 나 홀로 수련 시간을 보내야 했다.
처음 수련을 시작하며 권역장님이 직접 화상을 통해 지도를 해주셨다. 당시 친절하게 지도해주셨지만, 화상을 통해 체조, 행공, 와식 지도를 받으며 이게 잘 되는 건가? 익숙하지 않은 밴드에도 가입하는 등 모든 게 정신이 없었다. 밴드는 뭔지도 모른 체, 화상 미팅한다고 먼지가 쌓여있던 노트북도 다시 꺼내 화상으로 원격지도를 받으며 이렇게까지 애를 먹으면서 해야 하나? 의문도 들었지만, 반주 횟수가 줄어드는 나를 보고 가족들이 체조할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은 왜 안 해?” 라며 매일 하라고 한다.
권역장님은 주말에도 혼자 수련을 하란다. 행공을 할 때는 2분마다 타이머 맞춰놓고 책에서 자세를 흉내 내면서 따라 했다. 또 주중에는 잠을 청할 시간인데 다담에도 참석하란다. 다담에서 만난 분들은 대부분 양신단계라며 수련한지는 20년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20년? 솔직히 무척 놀랐다. 20년이라고? 야~ 20년을 수련할 정도로 석문호흡에 뭔가가 있나?
어느 날부터 현사님의 지도를 받으며 회건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내 몸은 완전히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특히 다리를 벌리고 상체를 숙이는 동작은 내가 생각해도 내 몸은 마치 나무토막 같았다. 머리는 고정한 채, 허리를 움직이라는 데 나는 머리만 깔딱깔딱 움직이는 게 아닌가? 허리며 모든 신체기능이 굳었다는 것을 알았다. 회건술은 나의 굳어버린 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듯해서 정말 하기 싫었다. 회건술은 생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건술을 하기가 싫었다.
현사님으로부터 훌륭한 물소리 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소리 앱에는 자율수련할 때 체조부터 행공, 본수련, 회건술까지 모든 게 있었다. 와~ 이거 정말 편리하네? 그동안 이 편리한 앱이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물소리 앱은 그냥 물소리만 나는 앱인 줄로만 알고 틀어보지도 않았다. 밴드사용도 익숙하지 않아서 현사님이 일정을 알려주어야 수련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수련 스케줄에 따라서 주말에는 비록 몸은 각자 집에 있어도 같은 시간에 라이브로 도반들이 함께 수련도 하네? 종교단체도 아니고 영리단체도 아니고 이거 참 재미있는 수련단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저마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구나. 그냥 동네 헬스클럽 같은 구멍가게 수준이 아니었다. 규모가 전국적이고 나름 상당히 체계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집에서 나 홀로지만 같은 시간에 함께 수련하니 좋은 점도 편한 점도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는 장점도 있구나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다른 현사님의 지도를 받게 되었다. 지도를 받으며 앞번 현사님도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도 만만치 않았다. 20년 수련의 내공(?)이라고 해야 하나? 특히 카톡 프로필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 이분도 대단한 분이구나. 20년. 만만치 않은 세월인데 회사 다니며 밥 먹고 술 마시는 것 빼고 사실 나는 꾸준히 해본 게 없다. 20년. 정말 아득한 시간이 흘러야 양신까지 가는구나. 20년이란 세월이 그저 오르기 어려운 높은 벽으로만 느껴진다.
권역장님과 두 현사분의 관심과 지도 덕분에 와식 마무리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머리만 움직일 수 있어 나무토막 같던 내 몸은 어느덧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도반님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뻣뻣한 수준이겠지만, 머리만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이제 벗어나 허리도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싫던 회건술은 유연성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휴일에는 무조건 하려고 한다. 음주 횟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수련기록을 남기며 마음속으로 김치국물을 마시곤 했다. “이 정도 했으면 몇 퍼센트 정도 향상되었을 거야”하고 교만하게도 지레짐작하면서 몇 차례 점검을 받으면서 시간이 흘렀다. 한 달간 나름대로 욕심을 내며 열심히 수련한 적이 있었다. “이 정도면 이번에는 분명 어느 정도 되었을 거야” 생각했다. 그런데 내 바람과 기대치와 달리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너무 참담했다. 진전이 거의 없었다. 한 달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다. “뭐야 이거?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며 공을 들였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이 정도밖에 않되? 아~ 이럴 수가” 너무 한심했다. “나는 호흡과 거리가 먼가?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 이거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지금 포기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를 맴돌았다. 솔직히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원인이 뭘까?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텐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현사님도 권역장님도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을 주셨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쉽게 내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누구는 얼마간 수련했으니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3대 심훈이 떠올랐다. 나는 이미 이 심훈을 스스로 어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가 저녁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는 게 목표였는 데 언제부턴가 욕심을 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냥 즐기자. 인간이 대부분 그렇다고 하지만, 특히 나는 겉보기와 달리 은근히 욕심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돈이며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돈 욕심, 명예 욕심 등등 능력도 없으면서 바라는 게 많은 편이다. 내가 지금 또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가는 남이 하는 거지 내가 스스로 나를 평가해? 너 또 교만해졌구나. 마음 편하게 그냥 즐기자. 좀 늦으면 어때? 수련 자체를 즐기자”하며 스스로 외쳤다.
수련 중 호흡에 집중이 잘 되었을 때는 마치 혼탁한 물이 흙이 아래로 가라앉으며 맑은 물과 흙이 분리되듯이 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나 회사 일이며 돈 욕심으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호흡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이럴 때면 수련 시간과 횟수는 늘어나도 마음이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호흡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성탄절 뜻밖의 메시지를 생일 선물로 받았다.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0년만 수련해봅시다”라는 선물을.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30년이면 내 나이가 몇인데? 가능할까? 글쎄? 어쨌든 꿈과 희망을 선물로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와식에서 좌식으로 승급은 맨 아래 단계 승급이지만, 마무리 단계에서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해 들었다. 점검일지를 제출하고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일쯤 연락이 오려나 하면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던 그때 이현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오늘 일정상 수련이 어려우신가?
전화를 받는 순간, 이현사님의 기쁜 마음이 이미 나에게 전해졌다. “김도반님!” 하고 외치면서 승급을 정말 자기 일처럼 기쁜 마음으로 표현해 주셨다. 비록 맨 아래 단계의 승급이건만, 자기 일처럼 이렇게 기뻐하시다니. 석문호흡 도반들은 참 묘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수련하기도 바쁜 게 현실이건만, 생면부지에 생초보인 나까지 틈틈이 지도해주시는 현사님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진다.
봉사! 오로지 후배 도반을 위해 봉사하시는 마음 하나로 이토록 열심히 이끌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곧이어 정현사님, 이어서 일요일 새벽마다 이끌어주시는 추현사님의 축하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도반님들의 축하 메시지도. 승급에 대한 기쁨보다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시는 선배 도반님들의 마음이 전해지며 내 마음이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하게 되었습니다. 기우뚱, 기우뚱하며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도록 도와주신 선배 도반님들, 권역장님! 현사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반님들! 코로나 잘 이겨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모두 일취월장하시는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김00 도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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