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식 수련을 마치면서 - 00지원 오00
석문호흡 입문 동기
집사랑(현재 기화신)뿐 아니라 30년 넘는 절친(현재 양신)이 석문호흡에 대하여 여러 번 이야기를 하고 입문을 권유하기도 해서 석문호흡에 대해서는 낯설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중에 한가해지면 입문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다가, 또한 옆에서 열심히 수련하는 집사람의 모습만 지켜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토요일 오후에 집사람과 00지원을 찾아가 처음으로 지원장님을 뵙고 입문을 하게 되었다. 맛있는 차 한 잔을 내주시면서 "오늘이 참 의미있는 날이네요. 숫자 2가 다섯 개나 있는 날입니다." 하시며 환영해 주셨고,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후 단전파스를 직접 붙여주시는 것으로 나의 석문호흡은 시작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하여 도장에 직접 나가보지 못했고, 집에서 시작한 수련은 여전히 집에서 계속하고 있다. 집사람이 입고 있는 사진을 보고 왠지 멋져 보여(^^) 바로 구입한 도복은 아직도 집 옷장에 그대로 걸려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 상황이 오히려 석문호흡 수련을 보다 쉽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일 퇴근길에 피곤한 몸으로 도장을 나갔다면 어쩌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첫 대면에서 지원장님이 물어보셨지만 처음 석문호흡을 시작한 동기는 심신수련과 호기심이었다. 보약 없이는 한 해를 건강하게 나기 어려웠던 집사람이 현재의 강건한 모습을 갖춘 데는 오로지 석문호흡 덕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시작한 지 처음 2~3년은 그렇지 않았지만 요즘은 보약도 양약도 전혀 필요하지 않은 아주 강건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야 굴뚝같아서 헬스클럽도 몇 년 등록해서 다녀보고 등산도 몇 달 시도해 봤지만 운동이 일상생활로까지는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늘 그런 아쉬움을 갖고 있었는데, 집사람이 석문호흡을 통하여 강건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심신단련이 석문호흡에 입문하게 된 가장 큰 동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 하나는 양신수련을 하는 절친이나 집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석문호흡을 계속하는 이유가 사실 궁금했다. 특별히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재미도 있어 보이지 않는데 늘 따져보고 두드려보고 확인하는 버릇을 가진 주변 사람들이 수련을 계속하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늘 궁금했다. 이 호기심이 두 번째로 내가 석문호흡에 입문한 동기이다.
와식 수련 시작 초기
도장이 온라인으로 전환한 까닭에 단전파스 붙일 때 이후로는 도장에 들어가지도 또 도장에서 지로도 받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런 상황이 내가 더욱 편하게 석문호흡을 대하는 이유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참 다행스럽게도 마침 집사람이 현사(玄士)여서 (사실 현사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지만) 도장보다 편한 집에서 보다 자유롭게(?) 석문호흡에 대한 지로를 받을 수 있었다. 잘 모르거나 궁금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고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한 행공동작이나 수련에 대한 지로도 받을 수 있었다.
심신수련이 목적이었던 처음에는 마치 헬스클럽에 다니듯이 주중에는 바쁘니 수요일에 그리고 모자라는 운동은 주말에 하자고 집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수련을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처음 그런 계획을 이야기했을 때 집사람이 어떻게 생각했었을까가 궁금하다. 속으로 한참을 웃었을 것 같다. 어쨌든 수요일에 한 번, 주말에 두 번 혹은 운동 약속이 있으면 한 번,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
와식의 기본 행공인 북선법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사실은 조금 의외였다. 무언가 도사(?)들이 할 듯한 멋지고 폼나는 동작이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누워서 손발만 이렇게 저렇게 바꾸질 않나, 앉아서도 특별히 멋진 동작은 없었고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근골격으로는 따라 하기 어려운 동작을 낑낑대면서 해야 하는 등 전혀 기대하던 것과는 다른 동작이었다. 또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세보다는 대충 행태만 비슷하게 하면 되는 것 같다는 인상도 있었다. 그렇지만 점차 행공을 반복하면서 각 행공동작이 목표로 하는 점은 팔이나 다리가 취하는 수치적 정확성보다는 자세마다 함유하고 있는 의미를 새기면서 근골격구조를 최대한 힘을 빼고 부드럽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깨우쳐 나갔다. 아직도 집사람만큼 부드러움과 일관성을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그러면서 행공의 자세 하나하나가 점차 익숙해져 갔던 것 같고 그런 변화가 재미있었고 심신단련에 유익했던 것 같다.
반면 수련은 정말 재미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냥 가만히 누워서 단전을 손가락으로 짚거나 소금주머니를 단전 위에 올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고 있으니, 그것도 36분씩이나 누워있으려니 지겨움에 머리가 띵해지거나 피곤한 경우는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것 같다. 지로 받은 것처럼 단전으로 호흡하는 방법도 그렇게 명쾌하지 않았고 차이점도 잘 느끼지 못했다. 수련을 시작한 초기에는 '본수련을 꼭 36분씩 해야 하냐, 해보니 24분이 적당한 것 같다, 오히려 본인이 느끼기에 적당한 시간이 좋은 거 아니냐, 어디 책에 반드시 36분을 해야 한다고 쓰여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등의 불평을 집사람에게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본수련 초기에는 변화는커녕 아무 느낌도 없이 머리만 아프고 잠에 빠져버리고 나면 공연히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수요일과 주말에만 시간을 내서 헬스클럽 다니듯이 시작한 석문호흡이었다.
첫 점검을 받고 그 이후
어설펐지만 행공과 수련을 반복하면서 자세도 익숙해져 가고 각 자세가 갖는 의미도 집사람의 지로에 힘입어 스스로 깨우쳐 가면서, 또 굳어진 근골격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수요일과 주말이면 충분하다고 큰 소리를 쳤던 때와는 달리 수련하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늘어갔다. 이러한 변화의 또 하나의 계기는 아마도 점검이었던 것 같다. 살아오면서 늘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초기에는 점검을 받는다는 것을 마치 시험을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점검결과라과 알려주시는 숫자를 마치 시험 성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3월 1일에 첫 수련을 시작해서 두 달이 지난 4월 말에 첫 번째 점검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화상으로 실시한 점검에서 지원장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당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마도 고수가 되면 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모양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리곤 점검 결과 8%라고 알려주셨다. 석문호흡 입문 이후 처음으로 접하는 정량적 수치였다. 이 수치를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헉, 두 달이나 열심히 했는데 겨우 8%야? 아니 그러면 앞으로 100%를 채우려면 몇 달을 더 해야 한다는 거지? 이런 식으로 가면 와식을 끝낼 수 있을까? 이거 공연히 시작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과 함께 '도대체 8%의 의미는 뭐지? 100%라는 건 또 뭐고? 이런 정량적인 수치를 재는 방법이 뭘까? 어떻게 저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마주 앉아서 보지도 않고 저 멀리고 화상으로만 보면서?'
어쨌든 첫 점검시간은 약간 긴장은 됐지만 지원장님이 물어보시는 여러 가지 질문을 대해 명쾌하게 대답을 하기보다는 잘 모르겠다는 답을 훨씬 더 많이 한 것 같다. 점검일지에 쓰도록 되어 있는 육체적 변화, 기적인 변화, 정신적 변화/삶의 변화는 무엇을 써야 할지 혹은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건지도 잘 모르면서 점검을 준비하고 마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점검 이후 명쾌하거나 시원함 보다는 답답함과 궁금함이 오히려 증가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계속 더 해 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와식 수련을 계속하면서
역시 반복되는 행공과 수련은 작지만 꾸준한 변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화는 작지만 꾸준하게 일어난다. 큰 변화를 생각하거나 바라지 말고 작지만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변화를 주목해 봐라. 그 변화는 아주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온다." 점검을 받으면서 지원장님이 해주신 이야기와,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거야?" 하면서 실망스러워하는 내 혼잣말에 대한 집사람의 대답은 같은 내용이었다.
수련을 시작한 지 석 달쯤 지난 5월말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석문호흡을 하는데 단전 주위기 움찔움찔하기도 하고 묵직한 느낌이 있기도 하는 등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행공을 시작할 때나 본수련을 하는 중간중간에 주로 잘 나타났고 때때로 이런 변화가 오래가기도 했다. 또한 행공 자세 중 취하기 어렵던 자세가 점점 집사람에게 행공지로를 받을 때의 자세와 비슷한 자세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런 변화들, 즉 반복되는 행공이 굳었던 골격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억지로 따라하는데 급급했던 단전호흡이 어느새 편한 호흡으로 바뀌어 있다거나, 깊은 잠에 빠졌던 것 같던 본수련이 물소리가 끝나면 정확하게 다시 정신이 드는 이런 변화들이 조금씩 더해져 갔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운동삼아 일주일에 세 번만 하겠다던 수련을 어느새 시간이 되는 대로 거의 매일 하게 된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끔씩 주말에는 집사람을 따라서 천광행광광장도 참여해보고 라이브 수련에도 같이 함께 더불어 해보고 일념정진수련회도 할 수 있는 부분만 따라해보고 하면서 몇 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범께서 개인 지로를 통해 가르쳐준 회건정심법(回健正心法) 행공을 하면서 훨씬 심신단련 효과도 커져갔고 그 덕인지 몸무게와 허리둘레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단전주위의 기감이 보다 예민해지고 단전 중심으로 집중되는 듯하고 단전으로 호흡하는 것이 더욱 편한 호흡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런 변화들이 작은 변화일까?
좌식으로 승급하면서
차츰 행공과 수련을 반복하면서 재미와 흥미가 늘어난 것도 변화인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석문호흡의 본질에 대하여, 또한 나에게 석문호흡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궁금해하고 자문하면서 6개월이 지나갔다. 그러던 중 9월 11일 지원장님이 점검을 하신 후 보내신 결과가 지금까지의 석문호흡에 대한 나의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지상에서 공부하면서 조성되고 형성되고 만들어진 물질위주의 사고체계가 비물질도 더 크고 깊고 넓게 이해ㆍ수용ㆍ포용할 수 있도록 상승ㆍ확장ㆍ발전하고 있습니다. 석문도법의 석문호흡은 정기신 삼수법(精氣神 三修法)이자 천지인 조화ㆍ상생ㆍ상합의 공부라는 것을 마음에 한 번 두면 좋겠습니다.'
이 말씀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심신수련을 위한 한 방법으로서 처음 석문호흡을 시작하고 대했는데, 이제 나에게 석문호흡은 단순한 호흡을 훈련하는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사상과 철학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아직 석문사상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여전히 궁금하고 일부 수긍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내가 석문호흡에 대하여 갖는 기본 마음과 마음가짐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그런 생각의 변화가 원인이었을까?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난 9월말 선역장님과의 화상점검에서 10월 5일부터 좌식수련을 전환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수련에 대한 이해도와 흐름이 좋다." 는 격려의 말씀과 함께, "수련은 알아가고 배워가는 과정이다. 자기만의 기감, 느낌을 체득ㆍ체험ㆍ체감을 통해 자신의 가장 밝은 빛을 찾아가는 과정" 이라는 가르침도 주셨다.
지원장님과 집사람은 좌식 승급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셨다. 정작 나는 이제 36분이나 머리에서 쥐나게 누워있지 않고 편하게 앉아서 할 수 있구나 하는 기쁨도 있었지만, 왜, 어떤 이유로 좌식으로 승급을 한 건지 여전히 궁금하고 명확하지 않다. 또한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듯이 수련을 일상 생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극적이지 못하다. 다만 이제는 호기심이 탐구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 또한 작은 변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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