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 그 미묘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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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을 시작한지 8년 만에 온양을 마치고 온양수련 체험기를 쓰려니 막막하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데 헉! 이 일을 어이 할꼬~
수련을 하게 된 동기는 작은 아들 때문이고 열심히 다니던 교회에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라 쉽게 마음이 움직였다. 처음에 도장으로 가서 지원장님을 뵈었는데, 처음 본 순간 아~ 저분이 세상 사람 맞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굴에서 광채가 나서 지금도 그 첫 대면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바로 입회하고 행공을 배우며 자석에 이끌리듯 수련의 길로 들어섰다.
도장이 멀어 한참을 가야하고 그 때는 내가 일을 하고 있어서 정규수련 타임은 한번도 참석하지 못한 채 오후 2시쯤 자율 수련으로 했다.
그동안 참고만 살아온 세월이 수련을 통해 나타나는데 중단전에서 호흡이 안내려가 일주일을 고생하기도 하고 차 한 잔 하고 가라는 경사님 앞에서 하염없이 울다오기가 다반사였던 나의 와식 수련! 나의 성향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단기전' 에는 강한데 '장기전' 에는 약하다. 그래서 하다말다를 반복하며 6개월 만에 좌식 승급을 하였다.
좌식 수련도 꾸준히 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하기 싫은지 내 자신이 참으로 밉고 싫다. 도각법 행공은 왜 그리도 어려운지 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고, 마음은 수시로 요동을 친다. 예전 같으면 참고 넘어갈 일도 까칠하게 화를 내며 짜증을 내고 있는 자신을 보며 도대체 이 수련을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들이 수련이 잘 되고 있는 거라 하시면 호흡을 통하여 내 안에 쌓인 어두움이 빠져 나가는 것임을 신기하게 여기는 나에게 지원장님께서 "그러게요. 호흡 하나 바꿨을 뿐인데." 하시면서 호흡의 중요성을 알려주신다.
좌식 수련 8개월 조금 지나 대맥 승급을 했는데 이 때는 전혀 수련의 진전이 없다고 느낄 때여서 믿기지가 않았다. 참으로 수련이란게 묘하다는 생각밖에는~
하려고 애를 쓰고 힘들이면 진전이 없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하면 느껴지지는 않는데 수련은 잘 되나보다.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대맥수련으로 승급하여 기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갱년기 우울증과 겹쳐서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맥의 기운을 행공과 수련을 풀어내야 하는데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그냥 누으면 죽은 듯이 잠만 자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고~ 이대로 누워 자면 내일 아침 눈뜨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 무렵 지원장님께서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가셨다. 나의 가장 힘든 부분을 말없이 바라보시고 가끔 하시는 한 말씀에 나 자신을 깨우쳐 가곤 했는데~
수련의 단계 승급보다 내면의 공부를 위해 4개월간 자기점검 시간을 갖는다 하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석문도서를 읽으면서 수련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이 수련을 하기위해 그동안 그렇게 힘들게 살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왜 태어나고 사는지도 알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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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동안 100행공을 한다고 하기에 무작정 도전을 하였다. 처음 40행공까지는 너무 힘들었는데 40행공을 넘기면서 행공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한결 수월해진다. 행공을 마치고 이튿날 내 생애 처음으로 코피를 쏟았는데 멈추지를 않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도 간호사도 놀라서 어찌 할 줄을 모르고 피라기 보다는 덩어리가 뭉텅뭉텅 나온다. 한참을 쏟아지고 나서야 멈추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에 사고 때 얼굴에 멍들었던 게 행공을 통하여 어혈이 빠져 나온 것 같다.
수련을 열심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100행공도 했건만 수련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마음은 매일같이 소용돌이 치고 수련을 해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살고 있다. 5분이나 10분이라도 운기를 하라고 하는데 행공하고 본수련 해야만 수련이 되는 줄로만 알고 그런 말은 무시하면서 내가 과연 소주천 수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대맥의 마무리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하는 호흡이 그냥 숨이 아니라 '하늘숨' 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수련을 해야 하는 이유와 재미를 느끼면서 아! 나도 소주천 수련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 동안 수련을 제대로 못 한건 나의 환경 탓이라고 생각하던 것도 석문도서를 읽으면서 모든 게 내 마음의 탓이구나 깨달으니 길고 긴 대맥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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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천 수련 역시 꾸준하지 못한 나의 수련 습관으로 인해 지지부진 하고 있다. 행공은 왜 그리도 힘든지 고(苦)가 올 때마다 주저앉아 기진맥진 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보고자 안간힘을 쓴다. 내려오는 소주천 기운을 다 받아내지 못해 끝없는 잠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나태해진 나 자신이 싫어서 짜증스럽고 살아온 삶에 대한 원망과 불평은 쉼없이 중단전에서 밀고 올라오는데 지금 나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이 나를 붙들고 놓아 주지 않는다.
소주천 승급 후 첫 점검인데 기를 엉뚱한 데다 축기를 한다고 바로 바로잡아 주셨다. 이래서 수련 점검은 꼭 받아야 하는구나! 도장 열 번 출석이라는 약속을 지원장님과 하고 지키면서 그동안 내 자신과 얼마나 많은 타협을 하며 살았는지 깨달았다. 소주천 수련을 하면서 조금씩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상대만 생각하던 삶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변화가 일어난다. 잘못한다고 욕 먹을까봐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워 항상 안으로만 움추리던 나의 삶! 끊임없이 비교하고 내가 한 일에 대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을 내었던 그러면서 상처받고 마음에 쌓은 한이 밀고 올라온다.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나를 위해 나 자신을 좀 더 바라보고 사랑하리라.
수련을 하는데 대추혈에서 커다란 울림이 있었고 인당과 중단전을 내려가는데 중단전에서 단전까지는 약하게 내려가서 대맥통로와 소주천 통로가 한꺼번에 유통 된다. 점검 시 확실하게 유통되었느냐고 하시는 점검자의 말씀에 중단전에서 단전까지가 약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더니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고 하시면서 온양수련을 하라고 하신다. 소주천 수련을 마무리 하고자 보름동안 가게 문을 닫고 일념정진 한 덕에 그 어렵다는 온양수련으로 승급했다.
온양! 보통 3년은 해야 한다고 주워들은 말만 선입견이 되어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열심히 해야지~ 아니 꾸준히 해야지~ 다집하고 또 다짐하거만 딱 한 달만에 무너지는 내 마음! 5개월만에 느낀 건 "환경적 시간을 내는 것보다 마음을 내는 게 더 여럽다"는 것^^
스스로 복습을 하며 "수련이란 철절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다" 라는생각이 든다.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하다 말다를 반복하며 1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러던 차에 김장하가 삐끗한 허리로 인해 일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그 동안 수련만 원없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터라 미련 없이 가게를 접었다. 그리고 100행공을 시작하고 복습을 하면서 다시는 복습하는 일을 만들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한다.
일하느라 혼자 외로운 수련을 해왔다. 이제는 수련에 흠뻑 젖어버리라. 도반님들과 함께 수련도 도담도 나누며, 그러나 항상 바쁘게만 살아온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느림의 여유를 즐기고 함께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먹고 하니 온양 기운은 쭉쭉 잘도 내려간다. 그러나 엄지 발가락에 걸려 더 이상의 진전이 없고 자기점검과 또 다른 일로 인해 온양 수련은 또 한 번 멀어진다. 모르는 걸 잘 물어보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는 버릇 때문에 온양 수련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저렇게 다 해보건만 내 것이 아닌 고로 허사이다.
좀 더 수련에 매진하여 기운이 발끝까지 적셔졌고 구슬만 떨어지면 되겠다고 하셨는데 한 달 두 달 도대체 이건 뭔가요? 뭐가 잘못 되었을까? 생각하며 나를 돌아본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것부터 상대에 대한 나의 생각 거슬리게 보았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또 다른 내가 있다. 정리하고 비워내며 열실히 수련 하는데도 뭔가 하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뭘까? 수련을 잘 못하나? 축기, 대맥, 소주천 열실히 복습하고 온양수련 시간도 1시간씩 해본다. 그래도 안 된다. 왜?
6개월이 지나가고 자기점검 달이다. 도장에서 나눠준 프로그램대로 수련을 하며 원인을 찾아 보지만 도대체 모르겠다. 자기점검이 끝나가는 5월말 내 속에 있는 나의 한이, 울화가 원인이라는걸 아는 순간 가슴에서 단단한 쇠사슬이 툭 하고 끊어지고 커다란 덩어리가 떨어지더니 빛과 함께 사라지면서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진다. 원인은 내 안에 두고 눈 먼 봉사처럼 더듬거리며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이고 쌓인 한의 덩어리가 얼마나 많았으면~ 진기가 만들어지다 결을 짓지 못했을까?
그리고 3일후 자시 수련 때 평상시와는 다른 느낌으로 수련이 진행되었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행공을 틀어 놓고(은연중 시간계산을 하는) 본수련을 하는데 왠지 물소리를 들으며 본수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소리를 켜놓고 수련을 하는데 어떤 한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오래 앉아서 꾸준히 백회로 진기를 보내보셔요. 그래야 온양 수련이 잘 됩니다."
그래 오늘밤은 밤샐 각오로 앉아서 수련 한 번 해보자 그러고 수련을 하는데 '진기로 온 몸 세포 하나하나까지 채워야 된다.'라는 느낌이 오면서 상단전이 무겁게 압박감이 왔다. 그리고 백회에서부터 아래도 무언가 꽉꽉 빈틈없이 채워서 내려오는 느낌과 대추혈, 몸의 뒷부분이 시원하며 팔이 시원하다 못해 시리기까지 하는 데 아닌가! 아~ 이게 온양수련이구나 하고 느꼈으나 백회에서 인당으로 구슬이 떨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계속 수련을 하다 정말 날을 새우며 피곤함도, 지루함도, 힘듦도 모르는 그야말로 수련에 푹~ 빠지는 맛을 보았다.
그 후론 수련이 잘 되고 일보다 수련을 먼저 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점검날 그게 온양의 마무리가 되었다고 하시면서 이제 복습을 하라고 하신다. 헉! 이건 또 뭔가? 오로지 백회에서 인당으로 구슬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는데~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시면서 웃으신다. 나는 믿어지지 않아 마지막 온양 복습 때 꼭 한 번 느껴봐야지 하면서 와식, 축기, 대맥, 소주천 복습을 끝내고 온양 복습을 하는 3일째 되는 날 집에서 온양 수련을 하며, 백회에서 인당으로 구슬이 떨어지는 느낌을 체험하고 싶다고 심법을 걸고 수련을 시작했는데 눈물이 나며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비교하며 믿지 못하고 자신감을 갖지 못한 데 대한 나의 어리석음에 하늘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이라도 통곡하게 했을까?
끝까지 어리석고 우둔한 나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참으로 부끄러웠다. 당당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나에게서 일어난 일 조차도 믿지 못하는 내 자신을 이제는 대주천 수련에서 깨어지고 녹아져야 함을 깨닫는다. 이렇게 나의 온양 수련은 미묘함을 벗고 대주천으로 승급합니다!
오랜 시간 어렵고 힘든 길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온양 수련의 결을 지은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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